내 생에 봄날은 - 1부

내 생에 봄날은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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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을 바라 봐.



입춘은 지났어도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꽤 춥네..이거.

어디보자..어디로 갈~까?



이거 정해놓고 나오질 않으니, 날도 추운데 고역이네? 고역.



그때 아파트 단지 입구쪽에 할아버지 한분이

–사주를 봐 드립니다-

하고 써 놓은 입간판이 보였다.

나는 사주는 믿지 않는다.

일부에선 그것도 과학이네, 통계네 그러는데,

난 과학도 믿지만 초 자연적인 현상도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주는 그냥 재미로 보는거지.

그걸 꼭 믿어야 한다는 것도 우습고..

거기에 돈 가져다 바치는 것도 난 이해가 안간다. 사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어후..날씨 추운데,

앉아서 고생 많으시네요?

많이 봐드렸어요?

오늘하고 한달 뒤가 또 이 업계에선 또 대목이잖아요?

궁합 본다고..



참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구나.

특히 요즘같은 불경기에, 제과 업계 먹여살려,

초코렛 사가지고 나오면서

‘자기야 우리 궁합~봐야지’ 하면서 역술업 종사자들 먹여살려..

역술업(?)이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다음 산업을 생각하며

기분좋게 잘 봐주면 그 커플들은 다음 숙박업인 모텔까지

부드럽게 낙수물 효과가 이어진다. 뒤이어 고무업계 등등..



“아침이라 이제 시작이여~아직은 한가하네?”

-그럼 개시에요?

“그렇지~뭐..학생이 개시 손님이네. 이리와 봐.

오늘 첫 손님에 커플도 아니라서 좀 안쓰럽고

하니끼니..내 특별히 반 값에 봐줄게.“

-반값이면 만원에서 오천원이요?

“특별히 생각해 주는거여..조조할인”



참 조조할인 잘 가져다 붙인다.

그게 여기 쓰라고 있는 말인가?



“싫어? 내가 이래뵈도 젊은 시절부터 보는 영이 남다르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

나는 물체를 육안으로 보지않고 심안(心眼)으로 보는 능력이 있어.

내가 군대에서 사격할 때

눈을 감고 심안으로 사격한 사람이여“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백발백중 이지 어떻게 돼?”



하아..살다살다 사격을 심안으로 했다는 얘기는 첨 들었다.

무협에서나 심안으로 바위를 갈랐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볼거여? 말거여?”

-보죠..볼께요.



선불 오천원을 줬다.

떼 먹고 튈까봐 미리 받아서 햇볕에 위조지폐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는 치밀함에 나는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이리 믿지 못하는

신용불량 사회가 되었는지 개탄했다.

우리 사회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겠다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취임사가 씨알도 안먹혔다는 증거다.



생년월일과 시를 말해주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네 손가락에 계속 가져다 대면서

궁시렁 궁시렁..알아듣지도 못한 말을 하더니 대뜸



“동쪽에서 오늘 귀인이 오게 되어있어~”



하.아..내 돈 오천원..피 같은 돈 오천원

이미 선불 지급된 상태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이런.강아지 열 여덟 마리.



-뭐 다른 건 없어요? 재물운이나, 여자운, 관운..이런거요..너무 하잖아요..

그런 말 나도 하겠네요 뭐.

“학생. 오천원은 딱 여기까지야. 뭘 더 바래?

정 궁금하면 나머지 오천원 주면 그런 운세도 봐주지..“

-하~~~됐습니다. 많이 보세요~~추운데 고생하시구요.

“그려, 고마워.,.잘가~복 받을 거여”



니미..영감.. 말이라도 고맙다..

다시 느꼈다..이 바닥..

잠깐 한눈팔면 쥐도새도 모르게 덤팅이 쓴다는 사실..



그렇게 아파트 밖을 빠져나와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며 단지 진입로로 나오는 찰나였다.



모퉁이를 지나 단지 입구쪽으로 천천히 오는 검은색의 중형 세단.

그런데 내 앞에서 멈췄다. 몇 번을 시동을 걸어도 차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다.

그리고는 햇볕이 따갑지도 이 겨울날에 짙은 썬그라스를

쓴 웬 남자가 내리더니 한숨을 푹 푹 쉰다.



그래서 어디 땅이 꺼지겠냐? 그나저나 무슨일이지?



그때 남자가 썬글라스를 벗었다.



잠깐..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데?

어디서 봤는지 대충 감이 온다. TV에도 많이 나오고

뭐..자주는 아니지만..몇년에 한번씩 나오는 얼굴..

그 여파로 화성인에도 나오고..

아..연예인 이구나..아니..그건 아닌데..

아~~생각났다.



5년마다 한번씩 나와서 코미디로 웃기는 사람..

그리고는 매번 아쉽게 10위권 진입에 실패한

허.경.일 이었다.

싸인이라도 한 장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이런 된장..

아무것도 없는 먼지뿐인 주머니..

그런데 저 사람이 원래 평상시에 혼자 다녔나?

자칭 본좌 어쩌고 하면서 수행원들 데리고

데리고 다녔던 것 같은데?

그런데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다가온다. 설마?



맞다. 그 설마가 그 설마다.



“학생..미안한데, 차가 시동이 안걸리네,

자동차 수리점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

-한 500미터 정도 되요.

“그래? 그럼 내가 꼭 보답을 할 테니까,

거기까지 가는데 좀 도와줘. 부탁하네.”

-어떻게요?

“뒤에서 조금만 밀어줄 수 있어? 조금 이면 될 것 같은데..”



아...웬지 낚인 것 같다. 오늘 바깥에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말이 500미터지 걸어가도 귀찮은데

500미터는 내 저질체력의 한계를 보고 말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저렇게 부탁하는 눈 빛을 내게 보이는데..도와줘야지..

그래..좋은 일 하는 셈치자.



-뒤에서 밀어 드리면 되죠?

“어~고마워!”



허경일은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브레이크를 풀었는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인다.



어? 이거 미니깐 또 밀어지네?

카센터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데,

이 씨 괜히 봤다.

거리가 너무 멀어 의욕상실에 체력도 금방 떨어진다.

보지 말고 땅만 쳐다보고 밀걸..



10분정도 지나서 카센터에 도착하고,

나는 그 안에 들어가서 내 몸에 가까운 물을 보충했다.

운동 제대로다. 그 때 허경일이 안으로 들어온다.

인사나 하고 빨리 돌아가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은 날이 아니다.

밖에서 잘못 돌아다니다간 제대로 머피의 법칙에 당할 것 같다.



“학생~ 고마워..덕분에 큰 위기 넘겼네. 도와줘서 고맙네.”

-아니요. 뭘요. 도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장난하냐? 죽겄다..휴~빨리 이 자리 뜨자..

눈치로 보아하니 또 뭔가 얘기할 듯 싶다.

오늘은 날이 아니다.



“저 내가 오늘 고마워서 그러는데,.

지금 내가 주머니에 돈은 없고 대신 답례로 뭔가를 주고싶어”



아니..이 양반이 돈 없다면서 무슨 배짱으로 카센터에 차를 맡겨?

5년마다 나와서 돈 펑펑 써대고 얼마전 음반까지 발표했으면서~



-아..괜찮아요..뭘 바라고 한 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나도 어릴때부터 도덕, 윤리는 잘 배웠어..

이렇게 말하는게 대화의 정석이고,,후후



“그러지말고,

최근 내가 본 이 나라의 꿈나무 중에 가장 믿음직 스러워서 그러니깐

내 성의를 봐서 받아주게,”



뭐지? 이 거부하지 못할 아우라와 느껴지는 포스는?



-네..본좌님께서 그러시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미쳤다..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본.좌. 운운하며 말하는 내가...

무언가에 이끌려 나와의 의지는 상관없이 입에서 본,좌,님 소리가 나온다.

제대로 맛이 갔다.



“잠깐 나를 따라오겠나?”

-네 본좌님..



이미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눈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나는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



카센터 옆의 미로같이 생긴 작은 골목길이 있었다.

햇볕도 들지않는 골목길이다.

이런 길이 여기 있었던가?

왜 한번도 나는 보질 못했지?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길에서

나는 허경일의 마술과 같은 힘에 이끌려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주고 싶다고 한건 다름아닌 내 능력이야”

-예? 그게 무슨...?



이젠 아주 말을 놨다. 나를 언제 봤다고..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얘길해줬는데,

사람들은 믿지는 않더군.

하루에 내 이름 세 번 부르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도 웃고 말고..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병상에서 내 이름 세 번만 불렀어도

씻은 듯이 나았을텐데..결국 부르지 않아서 그렇게 된거야.“



“오늘 내가 네게 줄 것은 –내 눈을 바라봐-,

야.멍하니 있지 말고 나를 따라해봐.“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허경일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허경일을 불러봐 넌 시험 합격해



내 노랠 불러봐 넌 살도 빠지고



내 노랠 불러봐 넌 키도 커지고



허경일을 불러봐 넌 더 예뻐지고



허경일을 불러봐 넌 잘 생겨지고



아침,점심,저녁 내 이름을 세번만 부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올것이야



망설이지말고롸잇나우



콜미 터치미,윗미 바레



콜미 터치미,윗미 바레



난 너를 원해~





순간 눈이 멍해지면서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안구정화가 이런 느낌일까?



-에? 이게 뭡니까?



“발렌타인 데이에 혼자 외롭게 갈 곳없이

혼자 떠도는 불쌍한 네게특별한 선물을 주는거야

오늘 이 순간부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

지금 네가 간절히 원하는 그 것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렇잖아요..

앞 뒤 다 자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게 된다.‘ 고 하니.

힘들게 500미터나 차 밀어줬는데, 차라리 그냥 음료수 하나 사 주세요,

장난 치지 마시구요.

뭐 따라오라고 할때부터 사실 기대도 안했지만 지금은 화가 나려고 해요.



“아직 안끝났어. 기~다~려~봐~”



미치겠다. 갑자기 이 아저씨..

예전 우비삼남매가 했던 추억의 개그 작렬에 애교섞인 목소리다.



갑자기 어디서 났는지, 복불복 돌림판이다. 하~아~준비 많이했다.

돌림판에는 사랑, 명예, 돈, 그리고 다음 기회에 네가지가 적혀있다.



“이제 이걸 돌려서 하나가 걸리면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물론 재수없으면 꽝이고.”

-그런게 어디 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고 여기서 하나만 고르라는 거에요?



장난같았지만 내심 혹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다 바라는 건데..그러면 혼나겠지?

그래. 장난치니까 나도 받아주자.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쏘세요”



<틱>



“사랑? 오~ 축하해~”

-아..난.돈이 더 좋은데~쩝



“야..돈은 네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고, 명예도 네가 노력하면 가능해.

하지만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돈으로 사랑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마음이 아닌 껍데기만 사는 것이고,

사랑은 노력한다고 마음대로 얻을 수도 없어. 마음을 얻어야 하니깐.

내가 보기엔...넌..지금의 네 얼굴로는 심각하게 무리다..지금 상태로 봐선,,“



-아저씨..저도 나름 귀여운 매력 있어요! 왜 이래요? 이래뵈도 나가면 다들 귀엽다고 그래요~



“그래..너에겐 매력..매를 부르는 힘이 있다. 맞고 할래?

잔말말고 오늘부터 넌 사랑을 얻게된다.“



-아..아저씨..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요. 이거 부작용 없죠?



“부작용? 무슨 부작용. 아~~그 부작용?

예를 들어 홍석천이 널 좋아한다거나, 가지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예..그렇죠..



“키스만 피해..그러면 돼..혹시 만에 하나라도..음.,,

맨정신일 경우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또 모르지..

왕 게임이라도 하다가 남자하고 키스라도 하게 된다면,, 뭐...하하하.

뒷일은 알아서 감당해라..“



허경일의 아우라 약발이 떨어져 가는지,

강인은 조금전의 순종적인 태도에서 약간의 반항과

짜증섞인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의 장난에 난 놀아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뭐 그런거 말고 본좌님 능력으로 이번 주 로또 번호 6개 딱 ! 찍어주고,

그렇게 하시죠.

보너스 번호 포함해서 7개 번호 찍어주고 합의 보게요..

아! 가르쳐 주신김에 연금복권 1등 어느 판매점에서 나오는지도 좀 가르쳐 주세요.

번호랑 같이요.



“야..그걸 알면 내가 매주 1등 당첨되고,

1년 52주 싹쓸이하지.,이렇게 살겠냐?

넌 그리고 임마. 젊은 학생놈이 앞날이 창창한데,

벌써부터 놀고 먹을 생각을 해?

에휴..암튼 난 보답했다. 자꾸 귀찮게 엉기지 마라“



-본좌..아니 아저씨~ 이 봐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에요?

골목길에 들어와서 ‘내 눈을 바라봐’ 이거 하려고 들어왔어요?



“아니 뭐 더 필요해? 공중부양? 가르쳐줘? 축지법? 그것도 가르쳐 주랴?



-아~아닙니다. 오늘 일진이 안좋네요..

아침부터..아저씨는 아저씨 갈 길 가세요

저도 제 갈길 갈거니깐요.,.



터벅터벅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시계를 봤다. 어? 이상하다?

시간상으로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그런데, 조금의 시간도

지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시간이 정지했다가 골목길을 나오면서 다시 시간이 돌아가는 느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난 뒤돌아 골목길을 본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목길로 들어가는 통로는 언제 길이 나 있었냐는 듯이

주택가 담장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허경일,,그 사람은? 그 사람은 뭐지?

갑자기 무서워졌다.



가만..동쪽이 어느쪽 이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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