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봄날은 - 2부

내 생에 봄날은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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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쩌다 마주친 그대



길을 걸어나오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

사랑? 사랑...사랑이라..

난 누구에게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었나?



물론 모든 사람은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다.

기억을 못하고, 인지를 못해서 그렇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우린 부모님에게서 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생명으로 여겨져 사랑을 받았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이런

아가페적인 사랑이 아닌

다분히 에로스적인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며

그렇게 따지면 난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런 사랑은 한번도 해보거나

받아보지 못했었다.



나같은 루저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키 180 넘은 위너들이야 이런게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서도..



몇 년전 H대 경영학과 여자 한명이 미.수.다 나와서

루저 발언했을 때 여파 엄청났다.

김정일의 ‘이 종간나 애미나이 년 당장 잡아오라’ 는

지령을 받고, 남한 내 고첩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권가의 찌라시가 돌기도 했었다.

여튼 나도 그거보고 그 미친 가시나 휴대폰 번호 알아내서

전화해봤더니 꺼져있길래 , 음성사서함에 욕만 한사발을 퍼줬다.

진짜 김정일이 열 받을만 했다.

소문에는 지병이 그 시기부터 돌았다고도 하는데..



그건 옆 집사는 지선 누나, 나미 누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세 사람은 예전부터 4월 14일 블랙데이 마다

짜장면을 먹으며 정기총회를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 사진을 같이 찍은 적이 있었다.



베트남 전이 끝나고 자유를 찾아 보트로 탈출한

보트 피플이 이때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없어보여도 그렇게 없어 보이냐..

우린 사진을 서로 보면서

‘성형하지 전까진 다신 모여서 사진찍지 말자’고 굳게 약속했다.



길을 걸어가면서 허경일과의 있었던 일들이 놀랍고 신기했으나

잠깐 내가 헛것이 보였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이 상식선에서 생각해볼 때

누가 마음에 와 닿겠냐고....요..



혹시 모르니 실험이나 한번 해볼까?



마침 보니 스타벅스가 보였다,

창가쪽에 앉아있는 하늘 색 원피스 차림의 예쁜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유리창 너머의 이 아가씨를

물크러미 쳐다보자 나와 눈이 마주쳤다.



실험삼아 윙크와 하트 뿅뿅을 날려주고

마지막으로 사랑의 총알까지 쏴주니

이 여자 자지러졌다..딱..거기까지..



뒤 이어 계산대에서 커피를 받아오는 근육질의

웬 남자가 나를 보더니 여자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고

화를 내며 입구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이는데..



이게 아니다..이게 아니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아..내가..미친짓 했구나..

아~~씨..허경일..이 망할 노인네..



새끼 곰 옆에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어미 곰이 있기 마련인데

난 그 어미 곰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뒤도 안돌아보고 막 달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숨을 고르고 보니 아직 10시..

너무 이르다. 큰소리 뻥뻥 치고 나왔는데,

지금 들어가면 누나는 또 “것 봐라..니 놈이..그럼 그렇지~”하며

다음달 화이트 데이까지 우려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블랙 데이라고 일컬어지는 솔로들의 대 향연일 까지

우려먹고, 볶아먹고, 지져먹고, 삷아먹고, 데쳐먹을 것이다.

그건 막아야 한다. 막을 수 없다면 항변이라도 할

건덕지를 찾아야 한다.



시간 때울 구실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니

아파트 단지 앞쪽에 만화방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적어도 저기서 점심까지는 해결을 하고

집에 들어가야지..그리고 오후 1시 넘어서

그 잘난 페레로 로쉐 하나 산 후, 점원에게 카드를 내 밀며

“사.랑.해. 자.기.야” 써달라고 한 다음

꽃집에 가서 장미 10송이?

아....아.....니다...

돈이 아깝다.

그래 한 송이만 사자..그러면서 누나가 물어보면



-촌스럽게 누가 요즘 장미를 다발로 줘?

라고 몰아붙이면

게임 끝.



그런데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장미도 주나?

에이...주겠지..줄까? 줄거야..주고말고..

애매하다. 좁은 인맥탓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이런날.한번도 여자에게 뭘 받아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인터넷에 검색한번 해봐야 되나?



장미..장미..장미란..

검색어에 장미를 치니 장미란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오네?

발렌타인 데이와 장미란 선수라..



어..있다.있어..

맞네..장미도 받네..남자만 주는 줄 알았더니..

이따 갈 때 장미도 한 송이 사가야지..



오늘의 스케쥴을 확정짓고

동네 만화방으로 가자..



만화방에 문을열고 들어가자

와~~내 또래 남자애들부터 대학생 형들까지 바글바글 하다.

만화방이 갈 곳 없는 어린양들의 안식처가 되었구나.

이거 발렌타인 데이의 낙숫물이 예상치 못한 곳에도

뿌려지고 있는 모습에

그래..이게 바로 창조경제지.

뭐 그게 별거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습을 내가 자평하기에는 객관적이지 못하지만

남들을 통해서 바라보는 내 모습은 비교적 정확하다.

저들의 모습이 잠시 후 내 모습이 될 것이고,

나 역시 내가 지금 비웃는 저 것과 하등의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왠지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남 비웃을 것 못 된다. 나도 저기 앉아 만화보고 있다보면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내게 썩소를 보내겠지?

그래봐야 지도 또 그 다음에게 썩소를 맞을 것이고...



나는 지난번까지 봤던 일본 애니 ‘메이저’를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 인생도 험난 하구나..

어린 나이에 아버지 잃어, 돌봐주던 유치원 선생님은 아버지 친구와 눈 맞아..

갈곳없는 고로..이러다 눈 맞은 두 사람이 귀찮다고 쫓아내는 것 아냐?



아..여기서 고로하고 엄마라고 부르는 유치원 선생과의 로맨스로 이어질 수는?

약간의 방향만 틀어준다면 근친에 로맨스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뿔사 고로 나이 이제 9살에서 10살..

좀만 더 먹지..아쉬운 설정이다.



내가 요즘 굶주렸구나. 너무 나갔어..

그런데 뭐 굶주릴 게 있어야 굶주리지.

쌩 아다 동정인데..

아래에서 흐르는 충농증 코는 가끔 풀지만..



한참을 재미있게 보다가 점심 시간인 12시 30분쯤 짜장 곱빼기를 시켰다.

역시 만화방에선 짜장 곱빼기를 먹어줘야 한다.

아..이걸 4월 14일에도 지선누나, 나미누나와 함께

어김없이 먹어야 되나? ㅠㅠ



생각을 뒤로하고, 만화를 마무리 지은다음 솔로들의 천국을

빠져나왔다.



오후 1시.

계획대로 초코렛이나 사서 들어가자.

오전 데이트 했다고 하고,

지난번 보지못한 드라마 다시보기나 봐야겠다.

어차피 누나도 내가 괜한 자존심에 집 밖에 나온 줄 아니깐

이 정도면 나도 체면치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키 160정도에, 말랐지만 볼륨있는 몸매와 적당한 크기의 가슴.

어깨정도 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

순백색의 티에 검은 색 반코트. 그리고 스키니 진, 하얀 캔버스화.

손에든 무용가방.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예술이다.



윤세영.

우리 반인데, 성격도 싹싹하고 좋을 뿐만 아니라 깜찍한 외모와

귀여움에 친구도 많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두들 고루고루 좋아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저 아이의 얼굴 한편에

애써 숨기려 하는 그림자를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 뿐..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 때의 마음에 든다 안든다의 기준

백 퍼센트 이쁘냐, 안 이쁘냐다.

가끔 일부 남자들 자신들은 안 그렇다고 쌩구라 치며

성격 보고 뭐 외모 본다고 얘길 하는데, 구라치지 맙시다.

우리끼리는...

여자들이여 ~ 속지말자 남자말빨.

차라리 나처럼, 처음 만나는 여자 어디부터 보냐고 물어보면

사실대로 당당하게 ‘가슴’ 이라고 얘길하던지.

뭐 죄졌어? 죄 진거 아니잖아?

아님 좀 더 독특한 취향이면 팔, 다리, 엉덩이, 허벅지 그러던지..

뭐...정.. 이도저도 아니면 스타킹...브래지어 끈, 팬티라인 그러던지..



왜?왜?왜? 왜? 말을못해? 내 취향이 이렇다고..



사람이 솔직 담백해야지.



그런데 세영이 앞에서는

아직 ‘ 너 가슴 이쁘다’ 라는 말을 못 해봤다.

나는 못한거지 속이는 남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니 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 앞으로 학교 못 다닐 것 같다.

내 마음을 숨기고 고백을 못 할 정도로 세영이는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실 난 아직까지 저 아이에게 필요한 말을 제외하곤 사적으로

말을 걸어보질 못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다.

저 아이 앞에서 만큼은..



그녀는 발레를 한다. 대학 콩쿨뿐 아니라 신문사 주최

콩쿨도 여러번 입상했다. 입상정도가 아니라

거의 매번 1등을 하거나, 조금 아쉬우면 2등이다.

본인은 이 성적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목표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주변 친구들과 얘기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세영이가

걸어온다. 나를 아직 보지 못했는지..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아파트 단지 사거리 쪽 공원으로 걸어가던 세영이는

벤치에 앉아 있는데, 누굴 기다리는 것 같다.



공원 쪽으로 가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인사라도 할까?

아냐..아냐..내가 말 걸어주는 것 별로라고 생각할거야..

내가 학교에선 다른 여자들과도 말을 잘 하는데,

막상 그 여자가 내가 좋아하는 여자이면 얼굴도 못 처다보게 된다.

왜 냐구? 너무 빛이 나서..눈이 부셔서..

처다보는 것 조차 그 애에게 들키면 비웃음 살 것 같아서..



그냥 가던 길 가야겠다.

그런데 세영이 쪽으로 키가 큰 내 또래의 고등학생 남자애가 다가오더니

가만히 앉아있는 세영이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다.



소머즈라고 아시는 분 계실 것이다.

그 감청 능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한 5분 정도 이야기 하던 두 사람,

남자는 자리를 떴고, 세영이는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다.

손에 쇼핑백을 든 채..



맞다..오늘이 그날이다. 생각을 못했는데, 퍼즐이 맞춰진다.

고백을 하려고 했는데, 실패!!!



그러더니 고개를 무릎으로 푹 숙인다. 어깨가 들썩거린다.

마음이 아려온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상처받은 아픈 사슴을 치료해주고 싶다.

후시딘 발라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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