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찬란함 속 어두움 - 프롤로그

방송계, 찬란함 속 어두움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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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쨍쨍거린다. 목도리를 두르고 주머니에 손을 꼭 집어넣어 벌벌 떨던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지 않고서는 버틸수가 없다. 특히 이번 여름은 다른 때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다. 습한 공기와 몇십년 만에 찾아온 더위. 연이어 내려지는 폭염경보.



아마 그 때, 다시 기억하기 싫은 그 때도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었다. 8년 전의 기억...







**



"괜찮아?"



눈을 깨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매니저 승준 오빠였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여기가 어딘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눈만 계속 깜빡이다가, 손등과 팔뚝에 가득 꽂혀진 링겔에 어렴풋한 기억의 잔상이 스쳐간다.



"어떻게 된 거에요..? 오빠?"



조심스런 눈빛으로 물어본다.



"너.. 떨어졌잖아. 중간에 백업스테이지 올라가던 도중에 바닥이 꺼져서... 기억 안 나?"



오빠의 말을 듣자마자 잔상이 점차 선명해진다.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어느정도 마치고나서 평상복 차림으로 무대 아래 백업스테이지에서 담담하게 리허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입부의 리듬있는 비트가 쿵쿵대고 자연스레 백스테이지가 올라가면서, 나는 본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살짝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깐 바짝 마른 입에 침을 삼키고 오빠를 바라본다. 근심 가득한 표정. 되려 나까지 초조해진다. 숨을 들이키고선 짐짓 가볍게 물어본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기를..



"저, 활동에는 많이 지장 없죠?"



어색한 침묵. 매니저 오빠는 아무 말 없이 눈을 떨군다. 그리고 오빠의 눈길이 살짝 내 다리를 향한다. 같이 저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고, 눈에 들어온 것은 붕대에 꽁꽁 싸여진 두 다리였다.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 살짝 의문이 든다. 그래도, 그래도 별 일 아닐 거다. 조금만 쉬고 다시 해왔던 대로 활동하면 된다. 까짓거 한 달, 두 달 쉬고 다시 활동하면 된다. 앨범 홍보도 초기 단계니까 푹 쉬고 다시 시작해도 큰 무리는 없을 거다.

밀려들어오는 이상하리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애써 걱정을 떨쳐내려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매니저 오빠를 바라본다. 어색한 웃음 탓인지 얼굴 주위에 경련이 덜덜 일어난다.



"얼마 정도 쉬어야 되는 거에요? 한 달? 두 달?"



어색한 침묵으로 감싸져있던 분위기가 조금씩 미묘하게 격양된다. 아무 말 없는 승준 오빠. 승준 오빤 그저 제 뒷편에 있는 티슈에서 휴지를 뽑더니 제 얼굴을 닦아준다. 휴지에 뚝뚝 묻어나오는 눈물. 흐려지는 눈 앞.

아, 붕대에 꽁꽁 싸여진 다리를 늦게 눈치챘는지 알 것 같다. 다리에, 내 두 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 어디를 다친 느낌도, 아픈 느낌도, 감각 자체가 느껴지질 않는다.



"오빠..! 흑... 왜, 왜 다리가 안 움직여..?! 흐윽... 오빠...어? 나 얼마나 쉬어야 되는 거냐고! 별 거 아니지? 응? 말 좀 해봐..! 으윽...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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